RC를 아십니까 - 히로사카 마사미 편

쓰레기단장올시다.

RC를 모르는 사람도 이 사람의 이름은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름을 모르더라도 텔레비젼에서 한번쯤은 보았을것입니다.

예전에 TV에 진기명기 자랑형식의 프로그램이 많았었는데...
꼭 한번쯤은 히로사카 선수를 보여주더군요... 그의 탁월한 묘기를 보고
감탄한 분도 계셨으리라 봅니다. 차 앞에다 성냥을 달아서 불을
켠다든가, 발가락으로 차를 조정한다든가 하는....

뜬금없이 이 히로사카 마사미 선수를 소개해서 뭐냐 하실분도 계시겠지만.
히로사카선수는 96년부터 IFMAR (모터구동 투어링 세계대회)에서 5번
우승을 했으며, 지금도 전설로 알려진 프로 RC드라이버구요, 요코모 팀의
간판 레이서입니다. (RC는 실제 포뮬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이
꽤 필요하구요 그래서 스폰서도 큰 기업들이 맡습니다... 프로 드라이버
들도 나름대로의 대가를 받고 있구요...)

문제는 작년 2002년의 IFMAR 월트 챔피언십 결승 3라운드... (3라운드까지 있습니다.)
RC계에서는 타미야를 잘 안쳐줍니다. 가격도 싸지 않은데 옵션을 많이 바르면
쓸만하다는점은 좋지만 기본 새시의 성능이 별루라는데 의견이 많더군요...
타미야는 그래서 필살의 열혈드라이버 수리칸 차이드라수야(이름한번 ㅡ.ㅡ;;;;)
을 타이에서 영입하면서 칼을 뽑았습니다. IFMAR에서 우승한 선수들의 세팅차량은
이듬해 신상품으로 출고되면서 불티나게 팔리죠... (그래서 요코모는 덕분에
MR4TC 많이 팔아먹었습니다. 히로사카선수의 아버지가 요코모 개발팀장이라는
군요...) 이 수리칸이 1라운드에서 일을 냈습니다. 고의는 아니지만 추돌하면서
3중 추돌후 히로사카의 차를 코너쪽으로 지대로 들이받으면서 보내버렸습니다...
덕분에 히로사카는 1라운드 10위;;;;;;

2라운드까지의 합계는 베리베이커(어소시에이티드)1위 수리칸(타미야)2위 하라
아츠시(HPI:이 선수도 대단합니다.)3위 히로사카는 6위에 랭크되었습니다.
2라운드에서 3위로 들어오면서 6등까지 끌어올린거죠... 그리고 마지막 3라운드...
아쉽게도 베이커는 리타이어하구요, 2랩을 남긴 상황에서  폴포지션은 수리칸
그뒤를 히로사카가 바짝 붙는 명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뒤를 바짝 붙는 상황에서
히로사카가 극적으로 인코스를 잡습니다. 놀란 수리칸은 공간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코스를 블럭하려다 인을 선점한 히로사카와 측면을
부딪치고, 이 충격에다가 원심력까지 겹쳐 수리칸은 심하게 오버를 내면서
차가 스핀합니다. 여기서 히로사카의 역전극이 나오려나 하고 관중들은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는데...

그 뒤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히로사카가 자신의 차를 세운 것이죠.
그리고 수리칸이 따라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한 겁니다. (사이버 포물러냐!!!)
수리칸이 스티어링을 회복하고 따라올때까지 기다린 히로사카는 결국 간발의
차이로 수리칸에게 1위를 내줍니다. 수리칸은 여기서 전체 순위도 뒤집어서
종합순위 1위를 획득하여 타미야가 IFMAR에서 최초로 우승하는 이변을 만들어
냈습니다.

폴투피니쉬의 상황이 끝나자 마자, 사람들은 이례적으로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 박수는 태국이라는 RC불모지 출신으로 1위를 한 수리칸도,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했던 타미야를 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고의적으로 낸 충돌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사도를 지키며 수리칸이 따라올 수 있게 차를 세운
히로사카를 향한 것이었습니다. (1라운드에서 수리칸 때문에 자신이 리타이어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저도 그 경기를 생방 VOD로 봤는데... 처음에는 히로사카의
차가 트러블이 난줄 알았었습니다. 나중에 경기참관한 사람들의 글을 읽고 일부러
차를 세웠다는 걸 알았죠...

지금도 하루에 8시간씩 주행연습을 한다는 히로사카 선수처럼 저도 멋진 레이싱을
할 수 있기를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