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도 깎는 노인

2004.08.30 18:30

단장 조회 수:1965 추천:211

딜도 깎는 노인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내가 납치 조교를 하느라 깊은 산 속 자그마한 산장에
살 때다. 메이드 복을 사러 모처럼 산에서 내려와 세상으로 나왔는데, 그다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나온 김에 딜도나 사가야겠다..라고
생각하던 참에 마침 성인용품 판매점이 딱 보이는 것이 아닌가. 옳다구나 들어가니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네가 앉아있었다. 어지간히도 밝히는 노인네였나보다.

나무 딜도나 깎아달라고 부탁했다. 하나씩은 안 파는 것 같았다. 하나만 깍아
줄 수 없냐고 물었더니,

"나무 딜도 하나 가지고 어디 얼마나 쓰겠소? 정 비싸거든 플라스틱 딜도나
사가시우."

듣자하니 화가 났지만(이 몸이 플라스틱 딜도따위를 쓸 것 같은가.) 나무 딜도는
특성상 오래 쓰면 향이 좋지 않기에, 납득하기로 하고 잘 깍아나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날이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다.

인제 그 정도면 충분히 계집애 보내버릴 수 있으니 됐다고 그냥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척 이다. 하루종일 계집애도 굶기고 왔으니 빨리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초초하고 짜증나서 엣찌도 안하고 싸 버릴 지경이다.

"더 깎지 아니해도 좋으니 그만 달라."

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깎을 만큼 깍아야 딜도라 할 수 있지, 무턱대고 구멍에 들어간다고 딜도가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직접 쓸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지금 빨리 돌아가야한다니까."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 사우, 난 안 팔겠소."

라며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는 없고, 어차피 굶긴 거
지금 돌아가서 밥 주는 것도 주인님으로서의 위상도 안 설 것 같아서, 될대로
되라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요 며칠간 좀 부드럽게 대해줬더니 기어오
르는 것 같아 한번 벌을 주기는 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럼, 어디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결이 거칠어지고 감도 안 좋아진다니까. 나무 딜도는
제대로 깎아야지. 깎다가 놓아버리면 쓰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레 쓰다듬고
만지작 거리고 있지 않은가. 나도 고만 지쳐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또 노인은 깎기 시작한다. 저러다가 딜도가 다 없어질 것만 같았다. 또 얼마 후에
딜도를 들고 이리저리 던져보더니 다 됐다고 내준다. 사실 다 돼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나무 딜도다.

가게 문을 나서던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가지고 장사가
개판일 수 밖에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꼴에 폼을 잡는
다.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 문을 나오면서 뒤를
돌아보니, 노인은 기지개를 펴면서 가게 쇼파에 측은하게 누웠다. 그 누위있는 모습
이 어딘지 모르게 홀아비같아 보이고 쭈글한 눈매와 콧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
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것이다.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딜도부터 쑤셔넣었는데 계집애가 내심 정말로 느끼는 눈치이다.

물어보니 감이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른 딜도나 바이브들과 별로 다른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삽입 당하는 계집을 다그쳐 감을 들어보니, 딜도가
너무 길거나 굵으면 무게가 무거워 쾌감보다는 불쾌함이나 고통이 느껴지고, 결이
부드럽지 않으면 거친 표면에 질 내부를 다치기 쉽다는 것이다.

정말 이렇게 느껴지는 딜도는 처음이라고 고개를 다소곳이 수그리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목마는 좋은 나무를 골라 모양을 만든 후에, 거친 나무 표면은
섬세하게 다듬은 후에 한결 한결 고급 도료와 인체에 무해한 표면처리제로 마감하여
사용자에게 최적의 쾌감을 제공한다. 이것을 '암흑 장인의 부드러운 손길'이라고
한다. 그런 것으로 조교를 하게되면 계집아이는 '처음에는 무섭지만, 당하다보면
쾌감이 어느새 온 몸을 휘감아 성욕을 못 이긴 나머지 주인님께 완전히 복종하게
되는' 순서를 그대로 따르게된다. 그러나 요새의 목마는 엉터리 싸구려 나무를
쓰는데다 표면도 기계로 대충 깍아버리고 표면에 니스와 유독성 페인트만 쳐발라
버리고 끝이다. 기계로 깍은 표면이라 얼핏 보기에는 더 근사해보이지만, 막상
사용해보면 무척 거칠고, 페인트와 니스도 잘 벗겨지는데다 인체에도 악영향을 미쳐
계집아이의 그곳이 엉망이 된다. 하지만 요새는 남의 조교나 남의 계집따위에
신경을 쓰는 암흑 장인이 있을 턱이 없다.

밧줄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금박밧줄을 사면 5m짜리는 얼마, 10m짜리는 얼마,
값으로 구별했고, 탄력감이 있는 것은 세 배이상 비싸다. 탄력감이 있는 것이란,
묶으면 조임이 강하기도 했지만 유연성도 강해서, 밧줄 플레이를 하게 되면 묶은
몸의 부위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개중에는 탄력이
강해서 필요여하에 따라 채찍대용으로까지 쓸 수 있는 물건도 있었다. 하지만
금박으로 덮여진 터라, 눈으로 봐선 묶어보기 전까지 탄력감이 있는지 어쩐지
알 수가 없다. 말을 믿고 사는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남이 보지도 않는데 밧줄의 실밥 감을 더 들여가면서 탄력감있게 만들리도
없고 또 그것을 믿고 세 배씩 값을 주는 녀석도 막상 쓰게되면 그 빡빡함에 계집과
자기 모두 긁혀버리기나 하는 것이다.

옛날 암흑 장인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SM은 SM이지만, 물건을 만드는 순간만은
오직 최고의 SM도구를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정액를 방출하듯 심혈을 기울여 명기들을 만들어 냈다.
이 딜도도 그런 심정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마스터가 나정도의 하찮은 녀석에게서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기가
막힌 명기가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회춘용 영계 하나라도 구해드려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에 도구 사러 나오는 길로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운영하던
가게 자리엔 가게는 없었고 왠 의상실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그 가게가
있었던 자리 앞에 멍하니 주저앉았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명품을 몇 개
더 구해놓지 못함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한참 멍하니 서 있다가 옆에 있는 소프란도 삐기에게 물어보았다.

"여기 있었던 그 섹스샵 노인장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냐?"

"아, 그 가게 노인장.. 일주일 전 쯤인가? 죽었어요."

"아니? 죽다니? 왜? "

"후후, 그 할아범이 고집도 고집이지만 돈도 무지 밝히잖아요. 아 글쎄 요 앞의
소프란도에 가서 즐긴 다음에, 돈 대신 직접 깍은 딜도로 지불한다고 빡빡 우기
다가 거기 '주먹'들한테 걸려서 박살나게 터지고 나서 시름시름 앓더니 골로 갔
어요. 가게도 넘어가서 지금은 이렇게 의상실이 됐고."

"..."


오늘 산장에 돌어갔더니 계집애가 흐느끼면서 끊어진 채찍을 열심히 바느질로
잇고 있었다. 요새는 1년 이상 가는 탄력 좋은 채찍을 구경한 적이 없다. 문득
2년 전 딜도 깎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
저기 산장애서 애덜 납치해 조교하는 겜 이름이 뭐였지? 2편까지 나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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