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도덕적해이 직원관리 골머리

[전자신문 2004-08-18 09:23]



“게임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개발자 관리로 골머리를 앓을 때가 많습니다.”
　“서비스가 한창인데 팀과 프로젝트 관리를 맡겼던 개발팀장이 팀원을 데리고 나가 경쟁회사를 차릴 때 가장 황당하지요.”

　게임업계 CEO들이라면 한두 번은 털어놓는 고백들이다. 언제부터인가 개발자 사이의 도덕적 해이가 조금씩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내놓고 이야기하기는 힘든 개발과정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CEO 속태우는 개발자 유형=개발일정이 늦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개발자들의 속성 중 하나다. 국내외 유명 개발사들도 일정이 계획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경향은 전체 개발자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 무리하게 개발일정을 맞추다 보면 각종 버그 등 오히려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한 게임업체 CEO는 “무턱대고 개발일정이 길어지는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면서 “일정이 지연되는 동안 게임 경향이 바뀔 수도 있고 설계를 자주 변경하다보면 이도저도 아닌 게임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보다 심각한 사례는 회사를 오직 경력 쌓기를 위해 다니는 경우다. 이런 개발자들은 파격적인 실험을 해보기를 좋아한다. 게임구현이 잘 안되고 구성이 복잡해져서 게임 유저들이 떠날 것을 알면서도 이런저런 패치를 시도한다. 심지어 회사에서 외주 용역을 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그래픽 디자이너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월급 이외에 적당히 돈 벌기 위해서다. 흔하지는 않지만, 게임 소스를 유출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게임 소스를 매매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친한 개발자들끼리 소스를 주고받다 보면 유사한 게임이 경쟁사에서 먼저 나올 때도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개발자들은 흔히 자신이 개발한 게임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라면으로 끼니 떼운다는 것은 옛말?=게임산업이 커지면서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엔씨소프트, 웹젠, NHN 등 대형 개발사들이 속속 나오고 자본도 몰리면서 개발자들에 대한 대우도 많이 좋아졌다. 특히 ‘묻지마 성격’의 자본이 유입되면서부터는 일부 개발자 사이에서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 CEO는 “개발사가 많고 자본 유입도 활발하다 보니 갈 곳이 많다고 생각하는 개발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 유명 개발자는 “일부에서는 적당히 경력 부풀리고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개발 시안 만들어서 자본 유치하는 게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는 온라인게임업체 H사, I사 등에서 실제 있었다. 개발팀이 보여 준 그래픽은 훌륭했지만, 2년 동안 게임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H사에 투자했던 한 기업은 아예 H사의 경영권을 인수해 게임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게임은 4년 만에 나왔지만 개발기간은 2년 정도였다.

　◇관리 노하우도 개발 노하우=급성장한 게임산업의 외연에 걸맞지 않은 개발자들의 풍토 그 자체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중견 개발사 CEO는 “개발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자칫 게임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발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좋은 태도는 아니라는 것. 일정 관리, 개발자 관리 등 프로젝트 관리 경험도 중요한 개발 노하우이자 경영 노하우이기 때문이다. 또 경영자가 개발자들에게 적정수준의 대우를 안해줘 회사를 떠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현재 개발사들은 개발자 의견을 존중하고 개발 효율성도 높이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튜디오 운영 체제다. ‘리니지2’를 개발한 엔씨소프트의 ‘E&G’스튜디오, ‘마비노기’를 개발한 넥슨의 ‘데브캣’스튜디오가 그 사례다. 이때 스튜디오 책임자들은 프로젝트 총괄 감독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치열한 사내 경쟁 △팀 분사 △중간급 리더 양성 등의 시도도 있다. 경험이 많은 CEO들은 실력있는 개발자의 경우 삼고초려를 아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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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히가 미쳤나...-_-; 죽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