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2006 후기

2006.04.15 07:44

단장 조회 수:2029 추천:286

3월 21일.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샌프란시스코에는 당일의 출발시간 - 6시에 도착합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는 오후 5시에 탔구요, 도착하니 21일 오전 11시더군요.
앞으로 미국가실 분들을 위해서 조언을 하자면, 제가 동으로 서로 다녀본 결과 시차
적응은 동에서 서로 갈 때가 어렵습니다. 비행기에서 자면 되겠지만, 사실 비행기에서
자는 잠은 제대로 자지 못하는 잠이라 거의 뜬눈상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미국가면
오전, 혹은 정오근처인데 이 때 숙소에 체크인 하시고 바로 자면 시차적응 실패입니다.
어떻게든 그날 밤까지 버티셔서 10시 이후에 자야 그 다음날부터 데미지가 없습니다.

GDC는 이미 20일(월)부터 시작입니다. 오늘은 그냥 구경만 다니고 쉬는걸로 결정.
차를 렌트했는데, 어쩌다 보니 링컨 타운카를 빌리게 되었습니다. 1500cc차만 몰고
댕기다 4600cc차 운전대 처음 잡으니 적응이 살짝 안됩니다. 차는 그럭저럭 좋은 듯
합니다. 뭐 이걸로 만족하고.

옷가게 들러서 청바지 조금 샀습니다. 디젤이라는 브랜드인데 가격이 국내에 비해 많이
쌉니다. 우리나라선 워낙 비싸서 손가락만 빨구 댕겼는데, 여기서는 가격이 합리적이네요.
그 외에도 갭이나 아베크롬비, 홀리스터와 같은 브랜드의 아울렛 매장이 있는데 옷값이
매우 싼 편입니다. (사실 미국은 생필품 값이 매우 싼 편입니다)
같이간 동료는 엑박 360북미판을 지르더군요;;;;



3월 22일.

오늘부터 전투 시작입니다. 첫 강의는 울티마의 아버지 리처드 게리엇 세션으로 예정했
었는데 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못 듣고, 좀 쉬다가 언리얼 엔진 총괄을 맡고 있는
팀 스위니의 [엔진 설계 우짜면 잘하나?]를 들었습니다. 뭐 워낙에 대단한 분이라 설명도
잘 하시던데, 그래도 평소에 제가 생각하던 엔진의 구조와 크게 다르진 않더군요.
pure virtual을 이용한 인터페이스 설계는 이미 저희 회사 엔진에 잘 적용되어 있습니다.
(덧붙여 그 엔진을 만드신 noerror님도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키노트(기조연설)를 하나 들었는데 제목이 매우 자극적입니다.
Playstation3 : beyond the box.
대놓고 엑박을 공격하는 소리네요; 그런데 들어가니 별소리 안합니다. 특히
마지막의 가라오케는 세가가라의 모티브를 가져온듯한 느낌이 들어서 별로...
PS3의 실기시연을 볼 수 있었던 건 즐거웠습니다만, 문제는 그 실기데모도 XBOX360
이랑 차별성을 느끼기에는 좀 부족한 듯 합니다.

소니에 실망하고,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인이 세션을 맡은, 이상윤 + 미즈구찌 테츠야의
Ninety-nine Nights 줄여서 N3을 들으러 갔는데. 게임 자체는 대단하더군요...
주인공 중 하나인 인피의 클로즈업 샷을 보는 순간 느껴지는 감상은
[헉 대가리에 만폴리곤]
정확하게 세어 본건 아닙니다만 그정도 썼을거 같습니다. 표정변화도 매우 풍부하더군요.
덧붙여 판타그램에서 들은 얘기는 얼굴에만 본이 50개 들갔다고 하더군요;;;;
XBOX360이 기계는 좋은가 봅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놀란건 미즈구찌가 영어를
잘한다는거. 이 양반이 GDC로 뜬 사람이더군요. 2003년인가 GDC에 Rez 세션이
있었는데 당시 미즈구찌는 딱 1년 영어 공부하고 영어로 세션을 진행해서 스타가 된
사람이라고 합니다. (생긴것도 좀 느끼한 호남형으로, 하얀남방 매니아던데;;; )
미즈구찌의 달변에 비해 이상윤씨의 발표내용은 좀 아쉬웠습니다. 주제가 포스트모템
이라고 했다가 갑자가 캐릭터 디자인설명으로 바뀐것부터가 문제였던 거 같아요.
... 미즈구찌 너 솔직히 이상윤씨 들러리로 세우려고 왔지? 하는 생각이 -_-;
첫날의 감상은 이러했습니다.



3월 23일
사실 키노트(기조연설)은 기대반 우려반으로 들어갔다가 실망만 안고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얄팍하게도 키노트 발표시간에는 다른
세션이 재미없음직만 한 것을 배치(개인적인 생각입니다!)한 듯 하여
결국 키노트를 듣게 만드는 듯 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그 전날 소니의 만행에 데인터라, [닌텐도라고 해서
별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먼저 했더랬습니다. 줄설때도
그냥 딴거 들을까 하다가 정말 들을게 없어서 들어갔습니다.

회장(시빅 오디터리엄)에 들어가니 전면에 왕따시만하게 보이는 닌텐도 로고.

곧 이와타씨가 들아왔습니다. 놀랍게도 영어로 하더군요. 발음은 좀 어색한
영국인 억양이었으나 듣는 데는 큰 무리 없을 정도였습니다. 들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세련된 화술과 더불어 청중을 후려잡는 능력이 상당하더군요.
중간중간에 섞는 추임새성 조크도 괜찮았구요. 아쉬운 것은 주구장창 뇌단련
얘기만 하더라는 거... 사이드 스토리로서 듣는 건 즐거웠으나 명색이 키노트
였는데...

그 때 이변이 발생하더군요.

"하나씩 꼭 가져가세요!"

이 한 마디로 오디터리엄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습니다. 어떤 분이 1000명이
넘는 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오디터리엄이 꽉 차면 3060석입니다. 입석까지 있었
으니까 실제 배포는 안 받은 몇몇을 제외하고 3000개는 뿌렸지 않을까 싶어요.
이와타 사장님 배포도 크시지 ^_^;

이 일련의 사태들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와타씨 참으로
카리스마가 넘치더군요. 그렇게 현장의 관중들의 텐션을 마음대로 놓고 주무르는
연설자 처음 봤습니다. (미조구치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상입니다)

그리고 또 한번의 깜짝상자가 있었는데, 뇌단련 데몬스트레이션을 위해서
4명을 초청해서 뇌단련 뇌측정을 하는데, 4번째에 올라오신 분 얼굴이 보이자
장내가 또 한번의 흥분으로. 바로 다음 키노트 스피커로도 내정되어 있었던
윌 라이트씨가! 멋지더군요... 참고로 그분 9-6 = ? 을 보고 한 10초동안 머뭇
거리는 거 보고 사람들 다 웃었습니다. (이 바닥에서 천재소리 듣는 분인데;;; )
윌라이트씨의 뇌연령은 1차에 41세. 2차에 32세로 나왔습니다. (몇살일까;;; )

그렇게 1막(제 마음대로 지어냄)이 끝나고, 2막에는 버섯먹고 힘내는 주먹코
이탈리안 형제의 성공기를 게임으로 그린 마XX라는 게임이라든가... 그런 얘기가
오갔는데 사실 그때 저는 뇌단련에 정신이 팔려 있어 그거 받으러 나갈생각
덕분에 잘 못들었습니다...-_-;;;



그리고 운명의 제3막. 이와타씨의 [새로운 모험을 소개합니다]... 저는 뭔가
했어요... 그리고 들리는... 띠~리리리리리. 순간 뻥 하나 안 섞고 오디터리엄
통채로 뒤집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환성의 길이는 뇌단련 준다때보다 짧았
습니다만. 임팩트는 이쪽이 훨씬 강했습니다. 플레이 동영상도 무지 깔끔하게
편집되어 특별한 설명이 없이도 게임이 어떤지, 그래픽이 어떤지, 어떤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글을 보신
분이라면 이미 현장의 플레이 동영상을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저도 여기
올라온 동영상을 보았습니다만, 사실 동영상에서 나온 함성은 조족지혈에 불과
합니다. 정말로 뒤집혔다고밖에 볼 수 없는 임팩트였으며, 현장에 있었던 저
조차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젤다 팬도 아닙니다)
제 자리가 또 연단 앞의 [명당]이란 것도 있었지만요... 마지막에 젤다 로고가
나올 때는 휘파람에 환성에 야유에 난리도 아니었어요. 참고로 이와타씨는 연설
끝날때까지 [젤다]라는 이름의 언급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제가 조금 전에도 언급했습니다만 GDC는 E3같은 게임쇼와는 엄연히 성격이
다릅니다. 거의 모든 청중이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게임 개발자입니다. 그런 사람들
3000명이 이와타씨의 연설에 주목하고 있었으며, 바로 그들을 3번이나 감동으로
몰아넣은 연설이었습니다. 사실 내용적으로 봤을 때는 GDC라기보단 TGS나 E3에
어울릴법한 내용이었습니다만, 연설 구성 플롯과 이와타씨의 다양한 표정연기,
그리고 그의 온화함을 잃지 않는 표정이 보여주는 압도감 등이 조화되어 멋진
연설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뇌단련 받아서 흥분했습니다만 -_-; )

너무 이와타 사토루씨의 말만 했네요 ^^; 사실 이 부분은 제가 예전에 루리웹에
썼던 것을 인용한 것입니다만... 이와타 사토루씨는 2002년부터 닌텐도의 CEO이며
원래 프로그래머였던 사람입니다. 대표작으로 마더2가 있고 이것의 메인 프로그래머
였습니다. 미야모토 시게루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듯 하더군요.

그담 연속이 윌라이트씨의 키노트였는데;;; 이 부분은 패스하겠습니다. 정말로 한 마디도
못알아들었습니다... 다른 한국인들도 거의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음은 해 두었지만
아마 이걸 알아들을 날이 언제가 될지... 쩝쩝... 미국인들은 계속 키득거리면서 듣더군요.
님하 부럽;;;;

그리고 또 한번의 재미있는 세션이 있었습니다. GDC2004를 가보신 분이면 MS의
XNA키노트에서 보여주었던, 정말로 [임팩트]있었던 차량 충돌영상... 그것을 만들었던
데이빗 우 씨가 자신의 회사 Pseudo Interactive를 통해 만든 게임 Full Auto의
물리 시뮬레이션에 대해서 설명하는 세션인데. 이 분은 해가 거듭날수록 몸짱이
되어 가시는군요. 근육이 매끈하게 잡힌 멋진男입니다. (생긴것도 잘생겼음. 중국계혼혈인듯)
엑박 360의 멀티코어를 이용한 멀티스레딩 피직스는 확실히 기술적으로는 innovative
한 것이라고 할 만 합니다만 저도 서버 프로그램을 했던 사람으로서, 스레딩의 동기화가
만만치 않았을 거라는 예상을 했었고, 실제로 데이빗도 그 점이 무지 골치아팠다고
하는군요. 풀 오토 게임은 재미있어 보였는데;;;;




3월 23일

좀 실망스러운 하루였습니다. GDC2006 최고로 손꼽혔던 갓오브워도 못듣고 쓸데없는거나
듣고... 마지막의 Crowd Simulation on PS3세션은 졸기나 하고... 이 세션을 강의했던
크레이그 레이놀즈씨는 Flocking의 창시자로서 석학으로 손꼽히는 사람입니다만... 그런데
7코어인 PS3셀 시피유의 구조가 궁금합니다. 각각의 코어가 완전한 형태의 MPU로서
구성되지는 않은 듯 하고, 레지스터라든가 캐시를 공용으로 쓰는 형태의 반쪽짜리 코어라
실제로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제약사항이 있을 듯 한데요... 물론 버텍스 세이더
를 써서 스키닝을 하다보면 VS의 한계 때문에 짜증나는 점이 많은데, 셀의 SPU였던가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융통성 있는 구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게다가 PS3는 GPU도
따로 내장하고 있는 구조이고(PS2가 이게 안되어서 짜증이었죠) 실제로 나오는 게임들을
봐야 알 듯 합니다. 그런 tiny코어의 다중병렬구조가 과연 승리할 것인지...
그리고 다시 상기된 점이란, 역시 스폰서 세션은 들가지 말자 라는 것;;;;;;;

이 날은 뭐했는지 도저히 다시 기억도 안나네요...



3월 24일.

오늘은 예정되었던 샌프란시스코 관광. 사실 저번에 관광은 거의 다해서리 할 건 없습니다.
찐 게가 저렴해서 이걸로 푸짐하게 먹고... 아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는 지라델리 본사가
있습니다. 초콜렛의 품질이 좋은 편인데 저번에 가서 몸으로 체험한 바 있어 다크 초콜렛만
잔뜩 사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하나 질렀죠.

펜더의 [아메리칸 스트라토캐스터] 잇힝. 기타도 못치는녀석이 연장만 좋은걸 샀네요.
이것의 가격은 한화 약 70만원. 국내가격 생각하면 그것도 펜더정품 하드케이스 포함이라
기분이 좋습니다. (거의 반값으로 샀음. 아울렛 세일 포함해서) 이제 열심히 연습만 남았습니다.
...
그거외에는 뭐했는지 역시 기억 안남;;;; 세븐이랑 디젤 청바지 몇벌 더 사고... 아 마저
신발도 하나 사고... 아 역시 USA는 옷이랑 신발의 천국. 리바이스 같은건 만원대중반부터
시작합니다;;; 가방을 더 가져갔어야 했다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담에는 70센티급 가방
두개로 가 볼 생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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