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늘어나는 일빠들을 보면서

2007.11.12 07:03

단장 조회 수:2467 추천:272

먼저, 이건 객관적인 근거나 논리는 전혀 없는, 내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힌다.
이 글을 읽고 생각하는 건 여러분의 자유이지만, 나에게 논리를 반박하진 말아주기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알겠지만 솔직히 말해 나도 일빠다. -_-;
전체적인 문화적 의식과 수준이 우리나라에 비해 높아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다른 점은 모르겠으나 어떠한 해괴망칙한 문화적 산물도 수용이 가능하고 실제로 지지층이
존재한다. 오타쿠 문화야말로 일본의 문화 포용력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는가.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거부감을 가지는 것에 대한 경멸을 가진다. 그것은 단순한 경멸을 넘어
저런 것들이 내 눈 앞에 사라져 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에게 있어 어떠한 물리적
피해를 입히지 않음에도 말이다.

난 34년 살면서 솔직하게 처음 밝히는 것이지만, 어떤 특정한 문화적 분류에 깊이 빠진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럴만한 두뇌 발달도 못 이루었고 빠져들만큼 관심을 보인 적도 없다.
아마 나를 아는 사람들은 다방면에 있어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다방면에
의한 관심 혹은 취미로 생각하겠지만 사실의 나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다만 한번 듣거나
본 것을 잘 잊어버리지 않는 것 뿐이다. 스스로 기억력이 좋다는 건 인정하겠다. 지금 내가
일본에서 일본어를 이용해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그 기억력의 덕으로서, 단어 자체를 한 번
들으면 잘 잊어버리지 않기 때문에 언어 배우기가 훨씬 쉬운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수업이나 학문적으로 일본어를 공부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일본어
문법 같은 건 전혀 모른다. 다만 입으로 읊어보고 이상하다 싶은 건 문법적으로 이상하다고
간주하고 안 쓰는 것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다양성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이런 걸 내 자랑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기 바란다. 500기가 하드디스크가 데이터를
빼놓지 않고 잘 저장하고 있는 걸 보고 하드디스크의 재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에게 있어서 일본의 문화는 다른 매력을 가지지는 않지만 어떠한 파격적 문화라도
그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문화의 가능성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줏대가 없다라고 표현할수도 있지만 그런 걸 줏대없음이라고 말하는
자들이야말로 쓸데없을뿐더러 위헙한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나의 관점에서 그것을 비판하는 사람들 또한 하나의 관점으로서의 문화 가지일 뿐이다.
그것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으며, 그것을 비판할 이유도 나에게는 없다.

그런데 나에게 있어서 아마도 본능적인 분류로 취급되어질 수 밖에 없는 혐오감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언어적인 독립이라고 불릴 수 있을 테제에 대한 안티테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내 스스로에 대한 모순이며 나의 사고 자체의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만큼은 극복할 수 없는데, 그것은 아마 내가 제한적인 기능을 가지는 언어인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연구하는 프로그래머라는 이름의 언어학자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프로그램도 인간의 언어만큼 자유롭지 않으나 어느 정도 제한적으로 하나의 결과를 여러 표현
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 다만 문법적인 한계를 절대 넘어서는 안 되며 조금이라도 틀리면
바로 문법 오류라는 오류를 출력한다.

언어의 사용은 자유인가. 언어로서 표현해도 되는 방법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방법이 없다
라고 가정해 본다면 의미 전달로서의 언어는 그 가정을 충족한다. 인간의 문법 보정능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어서 두뇌의 자연어처리 능력은 햘후 수십년동안 노이만 컴퓨터로 풀 수
없을 문제일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CPU의 속도 향상적인 부분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알고리즘 해석적인 노이만 컴퓨터가 가지는 구조적인 한계일 것이다. 그렇다고 노이만 컴퓨터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수십년간 노이만식 컴퓨터는 인간이 하기 어렵거나 할 수 없는
문제들을 많이 해결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대표적인 것이 지도의 4색문제)

내 억지성 논리를 계속 밀어붙이자니 벌써부터 여러 오류가 눈에 보이고 있으나, 어쨌든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의 본능적인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바로 언어의 문제로서.




나 스스로는 당연히 일본에서 일하므로 하루에 사용하는 언어의 대부분은 보통 일본어다
일본어로 대화하며 일본어로 읽고 쓰고 일본어로 회의하며 일본어로 된 정보를 검색하고
일본어로 된 문서를 수발신하게 된다. 꼭 업무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일본인인
경우 내가 일본어를 사용해서 상대와 의사소통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거부감도 없다.
내가 꼭 일본에 있어서가 아니다. 난 우리나라에 있더라도 아마 똑같은 행동울 취했을
것이다. 일본인 뿐만이 아니라 내가 아는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이라면 말이다.

문화 자체는 딱히 즐기지 않더라도 많이 보고 많이 익혀두려고 노력한다. 나중에 그런
문화적 휘향을 가진 이들을 만났을 때 대화를 풀어나가기 쉽기도 하고, 배워두면 어쨌든
쓸모는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실은 나의 사고능력 부족의 탓으로 내 스스로가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은 제로에 가깝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무슨 올림피아드 문제 같은 걸 보면 나는 거의 해결하지 못한다. 이유는 한번도 해
보지 않은 문제 해결력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세상의 문제들은 많은 선각들이
해결을 했거나 해결하고 있으며 내 스스로도 한 번 경험한 것에 대해서는 잘 실수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거름삼아서 문제를 해결하면 별로 사는데 어려움은 없다.
(학력고사 때 난 수학의 문제 유형을 아에 통채로 외워서 시험을 봤다. 결과는 75점
만점에 73점이었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변화와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딘 언어라는
테마는 사실 쉬운 축에 속한다. 어쨌든 일본어 사용에는 별 불편한점은 없다.

다만 나는 개인적인 부분에 절대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회의 때도 나에게 필요한
메모는 한국어로 메모하며, 한국인에게는 설령 그가 일본어에 능숙하다고 해도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일본인이 끼어 있는 자리라면 경우가 틀리지만) 요즘 들어
네이버 검색이라도 해 보면, 일본 관련 문화컨텐츠로 검색되는 블로그는 일본어로
쓰여져 있는 것을 많이 본다. 이런 것들이 왜 이렇게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일까.
차라리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고 일본어가 모국어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모를까, 한국어
사용이 매우 능숙한 사람이 왜 일본어로 자기 개인적인 글을 쓰는 것일까. [저것들
한국어 문법은 제대로 알기나 하고 일본말 쓰는 걸까]라는 식의 저급적인 질타를
할수도 있으나 나는 그런 것과는 관계 없다고 생각한다. 언어로서의 모국어란 것은
단순한 언어와는 다른 것이다. OS로 따지면 코드페이지랄까. 그런 것들을 일본어의
학습행위라고 볼 수도 있으나, 사실 또 문장적으로 보자면 일본의 작가들이나 정상적인
학문을 학습한 모국어가 일본어인 일본인들이 구사하는 문장에 비하면 조악하기 짝이
없다. 한 눈에 봐도 일본어가 모국어가 아닌 것이 보인다. 뭐 능숙하게 구사할수 있으면
써도 된다는 논리는 아니지만 말이다. 또한 미숙하다고 해도 그 블로그를 보여 줄
대상이 일본인이라면 그것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덧글 달리는거 보면 다
한국인이다. 왜 그런 것일까...

일본 와서 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확실히 절감하는 것이 있다면, 나는 절대
일본인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으로 살아왔고, 비록 내가 일본인화가 되고
싶다고 해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란 것을 피부로 알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일본어가
능숙하다고 해도 그것은 외국인으로서 능숙할 뿐인 것이다. 이것은 일본에서 생활해
본(놀러다닌게 아니라 먹구살라고 발버둥쳐본)사람이라면 누구나 깨달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걸 알고서도 저렇게 일본어를 이유 없이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그거야
말로 어떤 의미로 대단한 사람일 것이고, 모른다면 빨랑 정신 차려줬으면 좋겠다.

사실 이런 쓸데없는 글을 쓴 동기는 단 하나였다. 요즘 범람하는 전격이나 카도카와
계열의 라이트노벨 번역작들과 함께 한국 라이트노벨 작가들이 보여주는 기가막힌
작명센스들 보면

XXX전기
XXX에 어서오세요
귀문 (다음에는 아예 나생문이라고 지어라)

이건 별도로,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하는 단어

미소녀
XXX분투기




다시한번 말하지만 정말 개인적인 짜증때문에 쓴 글이니 그냥 생까라 -_-;

댓글 1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59 오 득템했습니닷!!! [11] file badaraki 2007.11.16 2507
1558 오홍 줄아만 클리어 했어요 +0+ [3] file 쭈냐다 2007.11.16 2536
1557 [경축] 동경이가 득남했습니다. [4] 단장 2007.11.15 2535
1556 근황 열번째 [3] 단장 2007.11.12 2467
1555 매드기어 솔리드 SOUND OLNY버전 서린언니 2007.11.12 2774
» 요즘 늘어나는 일빠들을 보면서 [1] 단장 2007.11.12 2467
1553 왔다! [6] 단장 2007.11.08 2483
1552 나도 그냥 심심타파 짤빵.......몇개 [3] file 해돌 2007.11.07 3838
1551 의미없는 짤방두개 [4] file 단장 2007.11.07 2455
1550 근황 아홉번째 [6] [1] 단장 2007.11.03 2610
1549 근황 여덟번째 [1] file 단장 2007.10.30 2762
1548 대세에 따라서 나도 근황 [1] 안선생 2007.10.29 2713
1547 제 근황......... (궁금한 분이 계실련가 ㅠ,ㅠ ) [11] file 쭈냐군 2007.10.27 2620
1546 나도 근황 [2] 서린언니 2007.10.23 2754
1545 근황 일곱번째 [6] [2] file 단장 2007.10.21 2702
1544 근황 여섯번째 [8] 단장 2007.10.16 2536
1543 랜서 에볼루션 10 [5] file 단장 2007.10.12 2408
1542 업계의 명언들 단장 2007.10.12 2802
1541 근황 ...........따라쟁이 해돌.......... [1] file 해돌 2007.10.09 2964
1540 근황 다섯번째 [2] [1] 단장 2007.10.09 2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