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모님의 도움으로 ZIF G4를 입양함
최근의 맥들을 보면 정말로 잘 빠졌다. 나무랄데 없는 모습이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는 정말 우수하다.
그런데 그런 맥들을 보면서, 왠지 이건 아니다 싶은 건 나만의 감상일까 하고 생각될 때가 있다.
원래의 맥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베이지의 플라스틱 몸체,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육면체
전면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이 독이 든 사과(이 말은 논란이 있을수 있으나, 넘어가자)와 함께
꾸밈없는 로만 폰트로 Macintosh라고 쓰여져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아이덴티티는 추출 버튼이
없는 플로피 드라이브 슬롯. 맥은 원래 플로피 추출 버튼이 없다.(85년도의 Mac 1은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처음으로 본 맥인 SE부터는 없었다.) 디스크를 넣으면 데스크톱 화면에 플로피 디스크
아이콘이 뜨고, 그 아이콘을 더블 클릭하면 파인더에서 내용을 볼 수 있다. 꺼내고 싶으면 아이콘을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리면 자동으로 나온다. 이 얼마나 직관적인 시스템인가.
추출 버튼으로 꺼낸다는 건 디스크 R/W도중에 꺼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것은 매우 위험하다.
당시 플로피 디스크는 헤드가 직접 디스크면에 접촉해서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안전 장치 정도는
해 두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것은 좋지 않은 것이다. 맥은 이런 것을 원천봉쇄해 버린 것이다.
(물론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디스크를 추출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불편함이긴 하지만)
맥은 처음부터 이런 것을 표방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누가 써도 망가지지 않는
컴퓨터인 것이다. 사용자는 복잡한 커맨드 셀 명령어와 시스템의 아키텍처를 이해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리고 그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MS의 윈도우즈가 거의 그대로 계승했다. (뭐 보고 베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맥은 비쌌다. 전용으로 설계된 하드웨어 디자인 비용, 복잡한 UI를 구동하기 위해서 제작
되어야 하는 소프트웨어의 비용이 수요에 의한 박리다매로 이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맥의 편리함에는
잘 설계되었지만 복잡하게 구동하는 하드웨어 아키텍처가 있다. 고급 맥은 투박하게 눌러지는
스위치로 켜지지 않는다. 소프트하게 키보드의 전원 키를 터치하면 구동된다. 전원을 끄려면 파인더
메뉴에서 shutdown을 선택해서 끈다. 이러한 일련의 기작은 잘못된 전원버튼의 이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한편 하드웨어 비용의 증가를 야기시킨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이러한 기능은 보급형의
조립 PC도 구현하고 있지만, 이 소프트파워가 실제로 IBM PC/AT호환기종에 적용된 것은 맥보다 10년
가까이나 이후에 구현된 것이다.
나는 베이지색 베젤을 가진 맥까지를 맥으로 생각한다. 그 뒤에 나온 요세미티나 퀵실버, 큐브나
티타늄은 비록 맥을 계승하고 있으나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특히 CPU가 인텔로 바뀌고 난 이후는
조금 예쁜 PC와 무엇이 다를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예전에는 PC가 구현할 수 없는 것들로서 맥은
그들과의 차별성을 꽤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것은 없다. 없기에 맥은 다른 요소로서 승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의 최근의 이러한 시도를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요세미티 이후의 맥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내가 소유한 맥은 다음과 같다
PowerMac 6100/66AV
PowerMac 7100/70AV
PowerMac 7500/100
PowerMac 8600/150
PowerMac 8600/200
PowerMac 9500/300
PowerMac G3 Desktop
사실 이 외에 Macintosh II CX도 있었는데 잊어먹었다. 이 중에 가장 아끼는 것은 마지막 맥인(내 주관)
G3 Desktop이다. 사실 말이 파워맥 베젤이지 여기에는 공을 많이 들였다. 파워맥 중 유일하게 IDE와
SCSI를 동시에 온보드로 지원하는 맥이라는 장점으로 30GB 하드디스크가 장착되어 있고 레어 아이템이
3개나 장착되어 있다. 64메가 맥딤이 장착되어 있는 PC Compatibility Card-Pentium MMX166카드와
맥에서 인식되게 개조된 부두3 PCI, 그리고 마지막으로 애플 오리지날 ZIF CPU중 최상급인 ZIF G4-400Mhz
의 심장이 이식되어 있다. 메모리도 거의 풀뱅킹인 320MB. MacOS 9.2를 돌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덤으로 허전한 것 같아 온보드 비디오(ATI RageXL 2M)에도 4메가 비디오메모리(전용)을 따로 구해서
붙여놨는데, 쓸 일은 없을 듯 하다. 여기에 9.2가 설치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9500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메모리슬롯 12개, PCI슬롯 6개로서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안을 까 보면 속이 꽉 차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메인보드에는 썰렁함이 아닌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그 외에도 모든 맥은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 크고 여유있는 Mac II계열, 작고 길어 예쁜 II CX/CI
너무나 깜찍한 클래식/컬클, 날씬하고 꽉 찬 6100, 가볍고 누버스를 가지고 있는 7100, 데스크톱 표준
사이즈로서 어디 하나 빠질 것 없는 7500/7600, 미니타워로서 작은 크기가 놀랄만큼 복잡하고 꽉
찬 구성의 8500/8600, 큰 덩치로 시원시원한 9500, G3라는 고성능 CPU를 장착하고도 아닌 척 하는
새침떼기 G3 Desktop/Minitower등등 모든 맥은 다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왜 내가 요세미티나 아이맥 이후의 맥에는 관심이 없는 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개중에도
퀵실버는 좋아하기도 한다.(하지만 너무 비싸다) 여튼 맥은 베이지 컬러다. 화려하고 반짝이는 컬러는
맥이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맥은 디자인으로 사람들에게 주목받은
컴퓨터가 아니다. 맥은 그 기능적인 이노베이션만으로 주목받았던 것이다. (성능 면에서 맥이 PC를
능가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러한 이노베이션은 맥 자체의 기능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기기에도 나타난다. 서버에서나 사용하던
SCSI 인터페이스를 표준으로 사용했던 것도 맥이다. 플로피디스크 추출버튼 없이 전자동으로 추출되었던
것도 맥이다. AV기능을 사양 표준으로 채용해 동영상 편집이나 캡처링을 지원했던 것도 맥이다.
(물론 이 부분은 아미가쪽이 조금 더 강력하나,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내가 깜짝 놀랐던 주변기기 중
하나는 PC호환 카드이다. 블레이드서버의 아이디어를 응용하여, 카드 1장에 임베디드 PC의 모든
하드웨어를 구현해 놓고 있다. 이것으로 사용자는 완벽한 PC환경을 MacOS상에서 구현할 수 있다.
PC호환 카드는 완전한 PC의 아키텍처를 가지고 있으므로, 사용자는 PC환경의 스위칭이 자유로우며
어떠한 MacOS상의 작업도 PC의 동작을 방해하지 않는다.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이러한 카드는 맥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버전은 486DX66부터 PentiumMMX166까지 있는데, 내가 가진 것은 최고사양
으로서 PCI슬롯을 가진 모든 맥이 사용 가능하다. 우연찮게 3만원에 길거리서 주어온 것인데, 너무나
사랑스럽다!(Windows 98은 가볍게 돌아간다) 그 외에도 ADB용 수많은 타블렛들, 맥 표준 모니터마저
당시 상당한 고가였던 소니의 트리니트론 튜브를 이용한 고급 모니터였고, 애플 어드저스터블 키보드에
이르면 PC용의 모든 키보드는 다 우습게 보인다. 마우스가 Mac1부터 표준이었고, PC에서는 다 돈 주고
사야했던 표준 인터페이스들은 맥에선 다 보드에 달려 있었다. USB에 와서야 허브 형태로 구성되었던
IO는, 맥에서는 ADB란 형태로 예전부터 지원하고 있었다. IEEE-1394인터페이스도 맥이 먼저 지원했다.
(FireWire라는 말 자체가 애플에서 만든 것이다. 비록 빠워가 딸려서 결국 1394라는 이름이 정착되었지만)
아름다운 PC는 좋은 것이다. 다만 아름답기만 해서는 혁신적일 수 없다. 요즘 애플은 마음에 안 든다.
예전 애플은 뭐 하나를 만들더라도 기술적인 혁신과, 그 혁신에 의한 진보를 기업 이념으로 삼고 있던
브랜드였다. 지금 CPU조차 인텔것을 사용하고 있는 와중에, 나는 맥이 PC랑 뭐가 다른지를 잘 구분할
수 없다. 그나마 신기술이라고 하는 듀얼터치는 그들의 기술도 아니며, 구현하려고 맘만 먹으면 다른 브랜드
는 쉽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래서는 맥답지도 않으며 애플답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감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