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2007.09.06 19:58

단장 조회 수:2303 추천:260

다들 궁금해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이러고 있다... 정도를 알리는 정도로



--- 일본회사지만 일본회사같지 않다. 하지만 일본회사

일단 직원은 6명 그 중에서 한국인은 나 포함 두명입니다. 개발이사님이 한국분인데
사실상 대화는 일본어로 진행되게 됩니다. 한국인 두명이 개발자고 나머지 분들이
재무, 경영, 영업 등을 담당하는데 개발회의는 개발자들이 전부 한국인이니까 한국어로
진행하지만 일반적인 대화에는 한국어가 잘 끼지 않지요.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문제는 이 사람들이 참으로 술을 좋아한다는것...

회사분들이 나이가 많은편입니다. 평균 50대. 원래 허드슨 출신들이라는군요. 그래서
다들 본가가 홋카이도에 있습니다. 알게된 사람들 중 그쪽 출신들은 첨인데, 이분들이
다들 개그와 열혈로 넘쳐나는 분들이라.

[도와짱(절 이렇게 부릅니다) 꼬치구이 맛있는집 있는데 가자]

뭐 이런식이죠. 일본은 엔분의일(이쪽용어로 와리깡)이 일반적인데 저는 막내라 면젭니다. -_-;
지금 일본은 9호 태풍이 오고 있습니다. 아마 오늘밤이면 관동을 직격할거 같네요. 바람이
점점 세게 불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옆자리 계신 영업이사님(56세) 말씀.

[거 말이야, 태풍 위험하니까 내일은 사장한테 말해서 쉬게 하자구. 바람에 간판이 날아와서
맞으면 죽잖아?]

이런 분위기는 술자리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일본은 보통 술자리는 와리깡인데, 이 시스템의
맹점은 모두 같이 먹은 걸 공평하게 1/n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게먹으면 손해입니다. 반면
많이먹으면 눈치죠. 그래서 술을 마실때 [나 한잔 더마셔도 될까?]라고 물어보고 마시는 것이
예의입니다.

아니 이누무 회사는 그런거 없습니다. 속 안좋아서 술 천천히마시고 있으면 어느샌가 새 맥주잔이
와 있고. 어라? 이러니 옆의 영업이사님 [도와짱 마셔! 너무 빼는거 아냐?]

...저의 일본인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는 순간입니다. 뭐 그래도 대부분 일본인은 이렇지 않습니다.
회사분들이 좀 특이한건지 아님 홋카이도 지방색이 원래 이런지...-_-; 오사카도 좀 이런 면이 있죠.
그래도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인데도 친근하게 해 주시는 건 무지 고맙네요. 전형적인 도쿄인들이면
사실 주눅들어서 오금을 펴기 힘들거 같은데, 여기는 편안합니다.

그 외에도 불과 3일간이지만 즐거운 에피소드는 많습니다. 졸고 있으려니 재무이사님(50대초반 추정)
이 오셔서

[킴상 같이 산보나가죠. 기분전환으로. 마침 문구점에 가려고 하니까 어때요?]

다른 분들에 비해 점잖으신 분입니다. 다른분들은 저 보자마자 거의 말 놓고 말씀하시는데 이분만은
매우 공손합니다. 보통 일본인은 이러죠... 그래서 산책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마침 한국인인
개발이사님 얘기가 나왔습니다. 제가 일본어 히어링이 어렵다고 하면서, 제가 말하는건 어떻게 잘
알아들으시겠냐고 물어보니 잘 들린다는군요. 외려 일본에 5년넘게 계신 개발이사님도 이상하다면서.

[뵨(개발이사님 성)의 일본어도 사실 만만찮아요. 뵨이 쓰는 일본어는 좀 위험, 아니 이상하거든요.]
이 말에 뿜었죠. 우리말로는 뉘앙스가 조금 전달되기 어려운데, 일본어로 [彼の日本語、じょっと危ない、
イヤ怪しいじゃん]이라고 말을 들으니까 정말로 유쾌하더군요. [가끔씩 이 친구가(재무이사님과 개발
이사님 나이차이는 거의 열살)뭔 소리를 하는건지 도저히 알아들을수 없을때가있다.]라고 하십니다.
여튼 이분도 좋은분인거 같아요.



---일본인이 신기해하는 한국, 한국인의 특징

기본적으로 요즘 들어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높은편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한국에 관광
정도는 거의 가본적이 있는 것 같아요. 주로 화제는 먹을거리와 드라마지만요. 식사 물가는 한국과
일본은 크게차이나진 않는데, 우리 특유의문화인 좀더줘 같은 경우는 많은일본인들이 감동하는 것
같습니다. 음식 맛있다는 말은 많이 듣네요. 그리고 은근히 어르신들은 한국드라마 많이봅니다.
아무래도 채널권을 쥐고 있는 부인따라 보다보니 보는거 같은데, 그러다 보니 관심있는 연예인들도
생기죠. 가장 많이 들은건 대장금의 이영애. 정말 히트쳤나 봅니다.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주위에는
[역사드라마 하면 역시 한국이야! 일본사극 재미없어] 라고까지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방송은 전부 NHK에서 합니다) 그외에, 사장님이 김태희 팬인데 이름은 모르지만 [거 있자나 거
서울대 나온 귀여운 애]로 통하더군요. 일본도 학벌따지긴 마찬가지네요.

말에 관해선 다들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확인도장 찍기위해서 물어봤습니다. 한국에는 居る,有る의
구분이 없다. 그러니 다들 신기해 합니다.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만. 일본에서 언어에 익숙해진 사람이
아니면 居る,有る의 실수는 누구나 한 번쯤은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사람들과 얘기할때
조심해야 하죠. 회사분들에게는 실수할지 모르니 귀엽게 봐주세요 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고개 끄덕여
주십니다. 이 정도의 보험은 들어야 말할때 좀 낫더라구요.

그리고 한국 특유의 양보 예절이나 연장자 존중에 대해서도 신기해 하구요. 가장 신기해하는건
[한국에서는 직장에서 누구를 부를때 이름, 혹은 성+직급으로 부른다]였습니다. 일본은 무조건
성+さん 아님 성+くん으로 거의 통용되더군요. 연장자에겐 전자를 연하에는 후자를 쓰는거 같네요.
사장님께 부르는 호칭을 물어보니까 이가리(사장님성)상으로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럼 직급을 부르는
건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예의에는 어긋나지 않지만 너무 존칭이라 잘 쓰지 않는다]라고 하는군요.
한국에서 대표이사를 사장님(社長様)이라고 부른다고 하니까 놀랍니다. [그거 너무 부담스러운데. 하하하]

일본인들이 특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한국은 예절을 매우 중시하고 어법도 일본어에
비해 세분화되어 있다]라는 겁니다. 전 우리말보다 일본어가 심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영업이사님이 예전에 후지쯔에서 롯데백화점 전산프로젝트에 참여하신 적이 있는데, 그 때 같이
일하던 동료가 한국어를 배운다고 배웠는데 그 방법이란 게 한국 여자를 꼬셔서 사귀고 배우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하시는 말씀

[한국어는 잘 하는데 배운방법이 그렇다 보니 영 말투가 여자말투야]

...우리말에 남자말 여자말 구분이 있었나;;; 외려 일본어가 더 심하다고 하니까

[아니 아니. 요즘 젊은애들은 몰라도 원래 일본어에 남자여자말 차이는 거의 없어]

라고 하시네요. 경어도 마찬가지로서 한국이 훨씬 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사님 그건
편견인거 같아요...-_-;

제가있는 회사는 아키바에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아키바 얘기가 조금씩 나옵니다.
여기서 신기해하는 점은

-한국인이 오타쿠라는 말을 알고 있다
-한국인중 오타쿠가 있다
-한국인도 코스프레를 한다

정도로 요약할수 있는데요. 암튼 만화란 게 일본인에게는 신문이나 공영방송 같이 친숙한 것이라
만화들은 많이 봅니다. 문제는 거의 슈에이샤의 점프 계열만 본다는 거죠. 여자의 경우는 조금
범위가 넓어서 하나토 유메라든가 리본같은걸 많이 봅니다. 그러니 슈에이 출판이 아니라 고단샤
계열도 본다는건데, 남자의경우 일단 고단샤 만화책을 본다는 건 평범하다고 보긴 어려워 보입니다.
소년매거진 같은것도 그럴진데, 애프터눈 같은거 본다고 하면 확실히 危ないやつ가 될지도 몰라요.
만약 전격대왕이라든가 여튼 미디어웍스계열이라고 하면 피할지도 모르죠...
... 회사에는 제 취미(에로망가 수집)은 반드시 숨겨야겠다고 맹세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이 말이 나온 건, 어제 대화했던 유학중이신 모님이

[주말은 아키바죠]

이 말을 이사님에게 전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저는 주말에 아키바 라는 말이 사실 무슨뜻인지
잘 몰랐지 말입니다.



아 쓸말 많았는데 막상 쓸말없네... 일단 집부터 구해야 하는데. 저 잘하면 꿈의 신간센 출근 -_-;
을 할지도 모릅니다. (기술이사님이 팍팍 밀어주시겠다고 말씀하셨음.) 그럼 신간센 얘기나
좀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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