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화위지의 고사

[江南에 심은 귤(橘)은 江北에 옮기면 탱자(枳:지)가 된다]

같은 종류의 것이라도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그 모양과 성질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그가 살고 있는 주위 한경이 달라지면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는 법이다.
이같은 진리를 예로 보여준것이 바로 [강 남쪽에 심은 귤을 강 북쪽에 옮기면 탱자가 된다(江南種橘江北爲枳)]는 말이다.

여기에 따르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춘추(春秋)시대 말기에 제(齊)나라에 유명한 재상 안영(晏瓔)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공자도 그를 형님처럼 대했다는  이 안영은 지혜와 정략이 뛰어난데다 구변과 담력이 또한 대단했고. 특히 키가 작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어느 해 초(楚)나라 영왕(靈王)이 이 안영을 자기 나라로 초청했다.
안영이 하도 유명하다니까 얼굴이라도 한번 보았으면 하는 어린애 같은 호기심과 그토록 각국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는 안영을 한번 보기 좋게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타고난 심술 때문이었다.

영왕은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렇게 입을 열었다.

<제나라에는 사람이 없소?>

<어찌 그런 말을 하십니까? 길가는 사람은 어깨를 마주 비비고 발꿉치를 서로 밟고 지나가는 형편 입니다>

<그렇다면 하필 경과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낸 까닭이 무엇이요?>
안영의 키가 작은 것을 비웃어 하는 말이었다.
외국 사신에게 이런 실례되는 말이 없겠지만 초나라 왕은 당시 제나라를 대단치 않게 보고 있어 이런 농담을 할수 있었다.

안영은 서섬치 않고 태연히 대답했다.
<그까닭은 이러 하옵니다. 저희 나라에선 사신을 보낼때 상대방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서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즉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고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는데, 신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편에 속하기 때문에 뽑혀서 초나라로 오게된 것이옵니다.>

은근히 상대를 놀려주려다가 보기 좋게 반격을 당한 초왕은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

첫번쨰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왕의 두번째 계획이 진행되었다.
왕이 지켜보고있는 뜰아래로 멀리 표리들이 죄인을 앞세우고 지나갔다.
<여봐라..>
왕이 표리들을 불러 세우고 물었다.

<그죄인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

표리가 대답했다 <예, 제나라 사람 이옵니다.>

<죄명이 무었이냐?>

<절도죄를 범했습니다.>

초왕은 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나라 사람들은 원래 도둑질을 잘하오?>

계획치고는 참으로 무모하고 유치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하는 안영에게는 더이상의 치욕이 없었다.
그러나 안영은 자기와는 상과 없는 일이라는듯 초연하게 이렇게 대답햇다.

<강 남쪽에 귤이 있는데, 그것을 강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고 마는것은 토질 때문 이옵니다. 제나라 사람이 제나라에 있을때는 원래 도둑질이 뭔지도 모르고 자랐는데 그가 초나라로와서 도둑질을 한것을 보면 역시 초나라의 풍토 때문인 줄로 아옵니다.>

며칠을두고 세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왕은 그제서야 안영에게 항복을하고 말았다.

<애당초 선생을 욕보일 생각이었는데, 결과는 과인이 도리어 욕을 당하게 되었구료>하고 크게 잔치를 열어 안영을 환대하는 한편 다시는 제나라를 넘보지 않았다고 한다.

안영이 만들어낸 말은 아니지만 역시 그것은 진리였다.

식물은 풍토가 중요하고 사람은 환경이 중요하다.